여적

꽃할배

박래용 2018. 9. 13. 11:29

케이블방송 tvN의 <꽃보다 할배>는 노인 4명의 유럽 배낭여행을 다룬 프로그램이다. 2013년 첫 방송 때 웬만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인기를 모았다. 이순재(1935년생), 신구(36년생), 박근형(40년생), 백일섭(44년생) 등 4명의 노인들이 예측불허 상황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우리의 평범한 아버지,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백일섭은 “내 인생에 74살이 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전편의 인기를 업고 최근에는 시즌2가 방송되었다. 막내 김용건이 가세했는데 그도 72세다. 평균 나이 78.8세 할배들은 나이를 잊고 느리지만 생기 있게 노년의 여유를 즐긴다. ‘꽃할배’는 이 프로그램 이름에서 나왔다.

 

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김용건, 이서진이 출연한 tvN 예능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한 장면

 

한국은 올해 65세 노인인구가 전체의 14.2%(711만명)에 달한다.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거의 모든 나라의 공통적 현상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산업이 신시장으로 떠오른 건 오래됐다. 65세 이상 노인들 중 60%는 나이보다 젊게 느낀다고 한다. 실제 나이대로 늙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뿐이다. 노인들 스스로가 ‘나는 노인’이라고 받아들이는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평균 수명 100세를 넘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는 인류가 당면한 최대 숙제가 됐다.

 

노화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신체 능력은 25세 이후부터 매년 1%씩 감소한다고 한다. 노인들은 습관과 완고성 때문에 기존의 생활패턴을 바꾸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항상 움직여라’ ‘취미를 만들어라’ ‘새로운 것을 배워라’ ‘자주 웃어라’ 등을 권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젊음의 비결은 ‘마음의 평화’라고 한다.

 

출처:경향신문DB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여야 대표들에게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꽃할배 같은 신선함을 보여달라”고 했다. 야당에선 “예의가 아니다” “오만한 얘기”라는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노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나이 들었다”는 것이라고 한다. ‘꽃할배’ 비유는 중진의 역할을 기대하고 협력을 호소하는 선의로 한 얘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듣는 할배 입장에선 다를 수 있다. 젊은 임 실장(52)은 그걸 몰랐던 것 같다.

 

<박래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