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용 칼럼

문재인 정부 2년, 자신감을 가져라

박래용 2019. 5. 7. 10:56

문재인 대통령이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어린이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강원도 산불진화 소방관, 군인, 경찰 자녀와 산불 피해 초등학교 학생 및 아동정책 수혜 아동, 독립유공자 후손 등 총 180명의 어린이를 청와대로 초청해 행사를 열었다. 연합뉴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참여정부는 그 힘을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과거사법·언론개혁법·사립학교법)에 쏟아부었다. 보수세력은 반노무현 전선을 구축하고 총결집했다. 돌에 걸려 넘어져도 노무현 탓이라고 했다. 노무현은 고립됐다. 여당은 대통령을 지키는 동력을 상실했고 울타리는 허물어졌다.

“국가보안법 실패를 반복하지 말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합의한 직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소권을 제한하자는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전하며 보안법 개정 실패 사례를 언급했다. 2004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도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에 대해서는 개정에 동의했다. 그러나 여당인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은 개정은 안되고 폐지만이 옳다고 고집했다. 결국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했다.

 

꿈을 이뤄내는 게 정치다. 정치는 주어진 환경에서, 여러 난관을 물리치고,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홍영표는 바른미래당을 끌어냈고, 민주당 의원들은 수용했다. 홍영표는 “다소 부족하지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했다. 선거제 개혁,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세상에 나온 의미는 크다. 촛불 개혁과제가 마침내 법제화하기 시작한 것이요, 두 걸음, 세 걸음 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패스트트랙 연대는 박근혜 탄핵에 동참했던 정치세력들이 머리를 맞댄 촛불개혁연대라고도 할 수 있다. 국정농단세력을 이기라는 시민의 열망이 바로 그것이다.

 

패스트트랙 연대를 모델로 앞으로 개혁연대를 만들 수 있을까. 패스트트랙 찬성 의원을 합치면 개혁입법을 현실화할 수 있을까.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해 개혁입법연대를 처음 제안했다. 그에게 물어봤다.

 

- 다른 입법들도 패스트트랙이 가능한가.

“패스트트랙은 최장 330일간의 숙려기간이 필요하다. 20대 국회 임기를 감안하면 이번이 마지막이다. 데드라인을 지났다.”

 

- 개혁연대를 통해 과반 다수결로 처리하면 되지 않는가.

“그것도 한국당이 반대하면 상임위를 통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어렵다. 더구나 현재 법사위원장은 한국당 소속이다. 법사위원장이 거부하면 어떤 입법도 불가능하다.”

 

- 추가 개혁입법 처리는 어렵다는 건가.

“한국당이 개혁법안에 찬성할 것 같지 않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말대로 20대 국회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의 전망은 비관적이지만 그게 현실이다. 개혁과제는 입법으로 완성된다. 입법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는 식물정부나 다름없다. 기득권 수구세력의 저항은 집요하고 강고하다. 보수야당은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거리로 나가고 머리를 깎았다.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 개혁입법에 협조적일 리 만무하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20대 국회가 끝났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이낙연 총리는 “노무현을 흔들고 왜곡하고 조롱했던 사회구조가 개선돼 있다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박근혜 탄핵은 가짜 포만감을 안겨줬다. 모든 게 바뀔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는데 그 시작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용서는 반성 뒤에 가능하다. 적폐세력의 반성 없이 타협하라는 양비론은 옳지 않다. 더구나 반성이 아닌 반격을 하는 마당이다. 정의는 기억의 바탕 위에 세워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야당의 선의를 기대하긴 어렵다. 선의는 자신이 행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바라는 게 아니다. 이제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2년을 맞아 KBS와 일대일 대담을 갖기로 한 소통방식은 아쉽다. 그건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직전 보수 인터넷 방송을 골라 ‘밀실 인터뷰’를 했던 장면을 연상케 한다. 박근혜는 듣고 싶은 질문에,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강점은 바로 문 대통령이다. 포장하고 감추고 쭈뼛거릴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은 춘추관에서 더 많은 기자들과 직접 부닥치고 털어놓고 해법을 구했어야 한다.

 

노무현을 잘 몰랐던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비난했던 사람들도 이젠 알게 됐다. 그의 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노무현의 꿈은 깨어 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노무현’을 얘기한다. 시민들도 새로워졌다. 노무현 죽이기를 무력하게 지켜만 봤던 그때의 시민들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그 시민을 믿고 앞장서야 한다.

 

<박래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