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용 칼럼

‘2020 총선 전망 보고서’

박래용 2019. 6. 18. 10:36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내년 총선에서 누가 이기겠느냐고. 참고할 만한 여론조사는 몇 군데 나와 있다. 여당 승리 47%, 야당 승리 40%(한국갤럽). 더불어민주당 40%, 자유한국당 34%(리서치뷰). 정권심판 39%, 보수야당심판 51.8%(한국리서치). 대체로 여당 쪽 지지가 높다. 지금 분위기가 이렇다는 것이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총선은 집권한 쪽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기본적으로 여당에 불리한 선거다. 더구나 내년은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다. 여권 인사들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리 정치구도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줄곧 ‘보수 대 진보’라는 진영 대결이었다. 촛불 때 ‘개혁 대 적폐’ 지형이 만들어진 건 매우 특별한 경우다. 보수정당은 적폐의 근원으로 지목되며 철저히 심판받았다. 박근혜 탄핵 전 정치지형은 보수 4, 진보 4, 중도 2였다. 촛불 때는 보수 3, 진보 5, 중도 2로 변했다. 중도층도 대부분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촛불구도는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의 압승은 당연한 결과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은 어떨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지율을 합하면 27%, 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을 합하면 46%. 중도는 25%다(한국갤럽).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47%는 진보진영의 총합 정도다. 촛불 때에 비하면 중도층 이탈이 현저하다. 중도층 시민들은 개혁정부가 새로운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다. 시민들은 사회 전반적 개혁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권만 탈탈 털었다. 그 결과 ‘개혁 대 적폐’ 지형은 다시 ‘보수 대 진보’ 간의 진영대결로 돌아갔다.

 

총선은 열 달이 남아 있다. 예측 가능한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보수야당의 판도다. 한국당은 보수대통합을 희망하지만 그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벌써 일부 친박세력은 탈당 후 ‘친박 신당’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은 인적쇄신을 단행하면 쪼개지고, 그냥 두면 중도층이 붙지 않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탄핵 세력을 축출하고 새 피를 수혈하면 실보다 득이 더 클 것이란 전망과 반대로 보수가 분열하면 필패라는 비관론도 있다. 어느 말이 맞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한국당은 우선 보수층 사이즈를 키우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좌파 독재, 국회 보이콧, 빨갱이 등등 대통령을 닥치고 공격하는 건 이 때문이다. 정치 신인 황교안이 구 정치인보다 더 상식 밖의 정치공세를 벌이는 것도 흰 쥐든 검은 쥐든 다 끌어모으겠다는 심산이다. 강경 행보는 성과를 거둔 측면이 있다. 보수층은 결집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황교안의 ‘닥공’은 중도층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보수야당을 심판해야 하는 이유 1위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면서 대안 없는 비판에 몰두(54.6%)’하는 점을 꼽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한국당이 발목잡기 전략을 고수하는 한 “당 지지율은 25%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둘째, 대통령 지지율이다. 총선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상이면 중간평가는 희미해지고 여당 승리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지지율을 끌어올릴 만한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가 당장 호전되기는 어렵고, 다른 정책도 체감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남은 유일한 동력은 북한 변수뿐이다. 총선 전에 북핵 문제가 실질적인 해결 국면에 들어서면 지지율 50% 돌파는 따놓은 당상이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정치적 성과를 위해 북한과 전격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경우 40%대에서 총선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20대 지지다. 연령별 지지성향은 선명하다. 30~40대는 여당, 60대 이상은 보수야당에 우세하다. 50대는 반반으로 갈려 있다. 지금 20대는 부동층과 유사하다. 20대 남성은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지만 그렇다고 보수 지지로 옮겨 간 것도 아니다. 여론조사에서도 20대는 여당 48%, 야당 42%로 예측불허 접전이다. 1000표 안팎으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접전 지역에선 20대 표의 향방에 승부가 걸려 있다.

 

내년 총선을 향한 여야 간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개혁정부는 2년 내내 적폐를 때렸는데, 적폐는 독재타도를 외치며 다시 살아났다. 한국당의 공세는 갈수록 거칠어질 것이다. 황교안은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불참하고 독립군을 때려잡은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을 찾아갔다. 당내 망언자들의 입을 단속하기는커녕 “막말이라는 막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시민들을 꾸짖었다. 한국당은 스스로 ‘야당심판’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중도층 25%는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고, 총선은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

 

<박래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