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용 칼럼

“이게 검찰이냐”

박래용 2019. 10. 1. 14:36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해 전격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제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 소환과 구속영장 청구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마침내 끝이 보이는 걸까. ‘조국 대전(大戰)’의 결말은 네 가지로 예측할 수 있다.

 

첫째, 법원이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해 표창장 위조혐의로 불구속기소한 상태지만, 이걸로는 약하다. 검찰은 여기에 사모펀드 개입 등 몇 가지 혐의를 얹어 영장을 청구할 것이 분명하다. 현직 법무장관 부인이 사상 처음 포토라인에 서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만으로도 여론은 출렁일 것이다. 여기에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여당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청와대에 사퇴 불가피론을 전할 수밖에 없다. 조 장관 사퇴 후폭풍은 청와대와 여당을 직격할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고 국정운영 동력도 힘을 잃게 된다. 지지율 35%가 무너지면 레임덕의 시작이다. 민주당은 조국을 엄호했던 친문계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위기론, 책임론, 자성론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위기가 현실화되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의 지위를 상실할 것이고,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식물정부가 된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검찰은 공적(公敵)이 되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시민들의 검찰개혁 요구는 최정점까지 끓어오를 것이다. 이번 수사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조국의 장관 임명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윤석열은 대통령의 인사권과 국회의 검증 절차를 무력화하고 정치와 사회를 지휘하려 했다. 이를 위해 특수부 검사 20여명을 투입했는데,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12·12 및 5·18 쿠데타 수사와 맞먹는 규모였다. 검찰 최고 역량의 특수부 검사들은 자녀의 고교, 대학 시절 받은 표창장과 인턴증명서가 가짜인지를 한 달이 넘게 파헤쳤다. 검찰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직폭력배 잡듯이 조국 일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그건 정의를 위한 수사가 아니었다. 윤석열의 검찰은 청와대와 여당을 상대로 수차례 성명을 냈는데, 그중엔 “압수수색팀이 먹은 건 짜장면이 아니라 한식”이라는 것도 있었다. 마치 여야 간 주고받는 실시간 성명전과 다를 바 없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기 위해 패스트트랙 수사도 혹독하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30일 패스트트랙으로 고발된 자유한국당 의원 20명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셋째, 부인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조 장관에 대한 사법처리가 남아 있다. 조 장관은 딸의 인턴확인서 위조(공문서 위조), 웅동학원 공사대금 허위소송(배임), 하드디스크 교체(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정도 혐의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장관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있다.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는 검찰도 부담이다. 기각될 경우 역풍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검찰은 영장 청구 단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불구속기소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 조 장관은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맞설 것이다. ‘조국 사태’는 종결이 아니라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현직 법무장관이 형사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을 오가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부담이다. 문 대통령은 또 한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넷째, 조 장관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현직을 유지하는 경우다. 패스트트랙에 올려 있는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안은 속도를 낼 것이다. 검찰개혁안은 패스트트랙 숙려기간을 지난 뒤 11월 본회의 자동상정이 예고돼 있다. 조 장관은 특수부 축소 등 대대적인 내부 수술에 나설 것이다. 그는 검찰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내부 개혁이 마무리되면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퇴할 수 있다. 여권으로선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관건은 여론의 흐름이다. 여론은 생물이다. 지난 주말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대규모 촛불이 일례다. 시민들은 지난 두 달간 조국 사태를 지켜보며 더 나은 나라로 가기 위해, 무엇을 바로잡아야 할지 스스로 학습하고 있었다. 불의한 권력을 무너뜨린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었고, 그 대상은 검찰로 바뀌었다. “이게 나라냐”를 물었던 시민들은 다시 “이게 검찰이냐”를 묻고 있다. 검찰은 선출된 권력 위에 선 대한민국 최고 권력처럼 행세했다. 2년 전 시민들은 국정농단 세력으로부터 권력을 거둬들였다. 시민들은 이제 통제받지 않는 검찰로부터 권력을 회수하려 한다.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든 간에 검찰개혁의 방아쇠는 당겨졌다. 그건 조국 거취와 무관하다. 정치검찰이 주도해왔던 정국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박근혜가 몰랐듯, 검찰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박래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