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들/여적
[여적] 신(新) 24절기
박래용
2010. 1. 12. 10:41
입춘·경칩·청명·우수…. 24절기는 재래 역법(曆法)의 발상지인 기원전 고대 중국 주나라때 황허강 주변 화북(華北)지방의 기후 특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음력은 달의 움직임을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해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계절의 변화와 잘 맞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하여 음력에 태양의 운동을 표시하는 24절기를 도입해 같이 사용했던 것이다.
화북지방은 지금의 허베이(河北)·허난(河南)성 일대로 위도상으로는 34.8도에 위치해 있다. 부산이 북위 35.0도, 제주도가 33.1도이니 그 사이쯤에 위치한 따뜻한 남쪽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위도가 북쪽으로 1도 높아지면 개화 시기는 4~5일 정도 늦어진다고 하니 북위 37.5도인 서울과는 대략 위도로는 3도 차이, 화신(花信)을 느끼는 시기는 보름 정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절기의 간격은 평균 15.2일이므로 주나라가 꼭 한 절기씩 먼저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주나라에서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이 우리에겐 한겨울이고,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에 아직 우리 개구리가 동면 중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절기의 간격은 평균 15.2일이므로 주나라가 꼭 한 절기씩 먼저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주나라에서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이 우리에겐 한겨울이고,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에 아직 우리 개구리가 동면 중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짓기 위해 씨를 뿌리고 추수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를 알아야 했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상들은 절기를 토대로 농사의 처음과 끝을 아우르는 스케줄을 정하고, 갖가지 행사를 접목시켜 치러왔다. 기상과학이 발달한 지금까지 우리에게 절기 개념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기상청이 과거(1919~1948)와 최근 10년간(1999~2008)의 24절기 평균 기온을 비교·분석한 결과 지구 온난화로 절기별 평균 기온이 과거보다 섭씨 1~3도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다. 최근 10년간 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절기상 가장 더울 때로 알려진 대서(大暑·7월23일)가 아니라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立秋·8월8일)였고, 가장 추운 절기는 대한(大寒·1월20일)이 아닌 소한(小寒·1월5일)이었다는 것이다.
24절기를 처음 만들었던 주나라와 우리의 실제 기후가 다르고, 3000여년 전 그때와 지금의 시차를 감안하면 입추라는데 아직 한여름이라고 해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거기에 온난화 변수까지 더해졌다고 하니 새로운 24절기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