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향신문 64주년 창간특집] 따끈따끈한 뉴스, 식기 전에 바로 배달합니다
박래용
2010. 10. 5. 11:16
2006년 6월 영국의 일간신문 ‘가디언’의 에디터 앨런 러스브리저는 아침 회의에서 부장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중요한 뉴스를 내일 아침 신문이 나올 때까지 미뤄야 하는가?”
아무도 “그렇다”고 답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가디언 해외 특파원의 95%가 온라인에 실시간으로 먼저 기사를 올리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신문 광고주들조차 온라인 우선 전략을 신문이 가야 할 다음 단계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모든 뉴스 콘텐츠는 생산되는 즉시 웹에 올린다는 원칙이 정해졌습니다. 신문의 데드 라인(마감 시간)은 없어졌습니다. 1보, 2보, 3보…. 뉴스는 완성된 ‘제품(product)’이 아닌 ‘과정(process)’으로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가디언은 영국 인터넷 신문 중에서 전체 이용자 수는 물론 영국내 이용자 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지금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꼭 ‘가디언’의 선례 때문만은 아닙니다. 뉴미디어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온라인은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경향신문은 얼마전 편집국 내에 디지털뉴스국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종전 온라인을 전담했던 ‘경향닷컴’을 편집국 내 조직으로 통폐합한 거죠. 지금까지 종이 신문 중심으로 뉴스를 생산 공급해온 체제를 탈피해 온라인 조직을 통합해 뉴스의 취재, 생산, 가공, 공급 과정을 일원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인터넷 신문은 차고 넘칩니다. 각 언론사마다 너나없이 온라인을 강화하고, 무슨무슨 전문 인터넷 신문이 쏟아내는 기사들이 온라인 상에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언론학자들에 따르면 한국 언론의 변천사는 크게 4기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1기라 할 수 있는 산업화 시기 ‘개발 언론’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내각과 국회의원 등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학자들은 이를 안내견(guide dog)이라고 부릅니다.
2기 ‘제도 언론’은 5공 군사독재 시절 정권 홍보에 가담했던 ‘애완견 언론(lap dog)’을 말합니다. 3기 ‘권력 언론’은 민주화 시대 들어 스스로가 정치 현실을 구성하고,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집권에 개입할 정도의 파워를 휘두르는 언론입니다.
2기 ‘제도 언론’은 5공 군사독재 시절 정권 홍보에 가담했던 ‘애완견 언론(lap dog)’을 말합니다. 3기 ‘권력 언론’은 민주화 시대 들어 스스로가 정치 현실을 구성하고,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집권에 개입할 정도의 파워를 휘두르는 언론입니다.
4기는 ‘독립 언론’입니다. 단순 전달을 넘어 비판적인 시각, 깊이 있는 해설, 시시비비를 가리는 언론입니다. 언론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감시견(watch dog)’입니다. 공급자 중심에서 독자와 쌍방향 소통을 중시하는 특징도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감히 독립언론임을 자부합니다.
언론의 위기라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신뢰의 위기입니다. 신문의 신뢰도는 1990년 55.4%에서 2000년 24.3%를 찍고 2008년 16%로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미디어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위기 속에 국내 영향력 있는 10개 매체 가운데 유일하게 신뢰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를 통해 전문가 1000여명을 대상으로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를 설문조사한 결과 조선·중앙·동아 등 이른바 ‘보수 빅3’는 한겨레(2위·26.7%)와 경향신문(4위·20.5%)에 밀려 각각 5, 6, 7위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모든 매체는 신뢰도가 하락했으나 경향신문은 2009년 18.5%에서 20.5%로 유일하게 신뢰도가 상승한 매체로 조사됐습니다.
경향신문은 미디어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위기 속에 국내 영향력 있는 10개 매체 가운데 유일하게 신뢰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를 통해 전문가 1000여명을 대상으로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를 설문조사한 결과 조선·중앙·동아 등 이른바 ‘보수 빅3’는 한겨레(2위·26.7%)와 경향신문(4위·20.5%)에 밀려 각각 5, 6, 7위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모든 매체는 신뢰도가 하락했으나 경향신문은 2009년 18.5%에서 20.5%로 유일하게 신뢰도가 상승한 매체로 조사됐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시사인’이 조사한 결과도 대동소이합니다. 학자들은 “독립언론으로서 ‘감시견’ 역할을 잘 했다고 언론 소비자들이 평가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경향신문은 편집국 정치·사회·경제·국제부 등 200여명의 쟁쟁한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생생한 속보와 깊이 있는 해설 기사를 올릴 것입니다. 경향신문뿐 아닙니다. 스포츠신문인 ‘스포츠 칸’도 온라인에 스포츠·연예 등 풍부한 읽을거리 기사를 실시간으로 보도합니다.
시사주간지 ‘위클리 경향’과 여성 월간지 ‘레이디 경향’도 온라인으로 일원화됐습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 들어오시면 4개 매체 300여명 기자들이 보내온 다양한 뉴스와 콘텐츠를 언제든 골라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홍시를 홍시라 하는 직설의 칼럼이 있고, 촌철살인의 만평과 아줌마 기자의 수다 블로그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언론사가 독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시대의 흐름을 애써 외면해온 것이 현실입니다. 언론사들은 저마다 웹사이트, 온라인 뉴스 서비스, 스마트폰으로 속보 쏘아주기, 웹사이트에 동영상 넣기 같은 ‘일방적 서비스’를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너나없이 ‘독자와의 대화’ ‘독자마당’을 만들어서 독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시늉은 하고 있습니다. 반성컨대 진정한 소통과는 거리가 멉니다. 경향신문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다짐합니다. 시늉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통하겠습니다. 독자와 의논하고, 호흡하며 함께 만드는 쌍방향 소통의 장은 ‘크로스(KHross)’에서 펼쳐집니다. ‘오피니언X’는 어느 칼럼니스트보다 더 날카롭고, 전문적이고 자유스러운 독자 여러분들의 글을 모아 실을 것입니다.
필자는 경향신문 기자들과 사내외 칼럼니스트부터 구례에서 우리밀 빵을 굽고 있는 디자이너, 미국 뉴욕에서 환경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까지 다양합니다. ‘매거진X’는 대중문화, 시각문화(미술·만화·사진), 책 이야기, 먹을거리, 가볼만한 곳에 이르기까지 삶의 영양소가 되는 말랑말랑한 읽을거리를 담을 것입니다.
자칭 신문광이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뉴미디어시대에 진지한 저널리즘, 사실에 근거한 보도, 진지한 탐사보도와 같은 언론의 윤리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그 윤리들이 어떻게 상응한 경제적 보상을 받도록 할지가 진정한 도전 과제”라며 “그런 윤리는 우리 민주주의의 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진지한 저널리즘은 오늘날 쪼그라들었다. 저널리즘의 고난기다. 진지한 저널리즘의 빈자리가 너무도 자주 즉석 코멘트와 유명인사의 가십 등으로 채워진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저널리즘을 민주주의의 중요한 기틀로 생각하는 오바마의 통찰력에 놀랍습니다. 상업적으로, 정치적으로 미디어 산업을 뗐다 붙였다 하려는 우리와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경향신문은 저널리즘의 고난기에, 진짜 저널리즘을 독자와 함께 만들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가겠습니다. 독자 외에 두려운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