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의 햇볕은 뜨거웠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25일 창2동 상가 골목길에 들어서자 상인이 물을 끼얹어 아스팔트를 식혔다. 도로는 달궈진 불판 같았다.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은 뉴라이트 출신 한나라당 신지호가 민주당 김근태를 꺾은 곳이다. 세칭 ‘젊은 보수’와 ‘진보 거목’의 대결이라고 했다. 1278표차 신승. 뉴타운을 공약한 신지호가 뉴타운 거론 지역에서 몰표를 얻은 것이 승인 중 하나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가 뉴타운은 어찌 됐느냐고 물었다. 선풍기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던 중개업자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말라. 뉴타운 나가레(허사)된 지 언젠데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했다.
사회적 약자 짓밟는 정부·여당
창2동 뉴타운추진위 부위원장이었다는 이성훈씨(50·목수)는 뉴타운을 기대하며 신지호를 찍었고, 선거운동까지 앞장섰다고 했다. 그는 “내 발등을 내가 찍었으니 뭐라 말하겠소마는…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시장이고 구청장이고 의원이고 나오는 X들마다 주민들을 가지고 논다. 요즘 산업 뉴타운이니, 동북권 프로젝트니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또 선거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서울 당선자 중 19명이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다. 서울 전체 지역구(48개)의 40%다. 신지호는 자신의 승리를 일러 “민주화 시대가 끝나고 선진화 시대가 열렸다”고 자평했다. 그가 말한 선진화 시대는 지금 도봉 주민뿐 아니라 온 국민이 목도하고 있다.
신지호는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지원금을 환수하도록 했다. 그 때문에 1842개 시민단체들이 불법폭력단체로 낙인찍혔다. ‘마스크 처벌법’도 내놓았다. 법이 현실화되면 앞으로는 독감 환자도 시위에 참가할 때는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그의 말이 맞다. 민주화 시대는 진짜 조종(弔鐘)이 울렸다.
한나라당은 부정선거로 제1당이 된 것이 아니다. 이명박은 쿠데타로 집권하지 않았다. 국민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고, 민주적 절차로 뽑힌 여당 의원들이다. 결과는 지난 1년반 보고 겪은 그대로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앞선 두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폭파·철거·해체 작업 중이다. 남북화해와 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문을 닫았고, 전쟁도 불사할 태세다. 1% 부자들을 위해 종부세·소득세·법인세를 완화해 3년간 100조원을 감세해준다는 게 재정 청사진이다.
그만큼의 세수 부족분은 술·담배·가전제품 등에서 간접세를 인상하고 서민들에게 돌아가던 세제혜택을 줄이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4대강 토건에 22조원을 쏟아붓는 대신 복지·환경·교육예산은 깎이거나 제자리다. 기업은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월 90만원도 안되는 최저임금에서 1만6000원씩을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문둥이 콧구멍에서 마늘씨를 빼먹자고 해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입학하기 위해 박터지는 자사고·특목고는 여기저기 지어놓고 학원 안가도 되는 사교육 대책을 세우겠다고 한다.
그만큼의 세수 부족분은 술·담배·가전제품 등에서 간접세를 인상하고 서민들에게 돌아가던 세제혜택을 줄이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4대강 토건에 22조원을 쏟아붓는 대신 복지·환경·교육예산은 깎이거나 제자리다. 기업은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월 90만원도 안되는 최저임금에서 1만6000원씩을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문둥이 콧구멍에서 마늘씨를 빼먹자고 해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입학하기 위해 박터지는 자사고·특목고는 여기저기 지어놓고 학원 안가도 되는 사교육 대책을 세우겠다고 한다.
170석의 거대 여당이니 거칠 게 없다. 집회의 자유는 사회적·경제적 약자의 마지막 표현수단이지만 매일 법의 이름으로 막고 때리고 잡아가고 있다. 각계의 지식인들이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국선언을 내놓은 데 대한 정부의 답은 교사든 공무원이든 선언에 참여하면 모조리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젊은 초선 의원 40명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내세워 방송사의 최고 경영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려면 이들은 우리도 앞으로 기소만 되면 재판 결과를 기다려볼 것도 없이 의원직을 내놓겠다고 선언했어야 이치에 맞다.
한나라당 젊은 초선 의원 40명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내세워 방송사의 최고 경영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려면 이들은 우리도 앞으로 기소만 되면 재판 결과를 기다려볼 것도 없이 의원직을 내놓겠다고 선언했어야 이치에 맞다.
보수언론·자본과 영구집권 꾀해
미디어법은 최대 하이라이트다. 갖은 미사여구로 포장돼 있지만 거품을 다 빼고 보면 본질은 단순하다. 앞으로 국민들은 1년 365일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조중동 방송, 삼성 방송이 내보내는 안방판 ‘대한 늬우스’를 보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공권력과 자본, 친여 보수언론과의 합작을 통한 영구집권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수원수구(誰怨誰咎).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날은 4년에 딱 하루, 선거날일 뿐이다. 그날 저마다 뭔가를 꿈꾸고 기원했을 것이다. 묻고 싶다.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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