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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의 길, 정치인의 길 모범생은 친구랑 싸우지 않는다. 숙제가 있으면 놀지 않는다. 날라리들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다. 욕도 안 한다. 무엇보다 공부를 잘한다. 말이 쉽지 모범생의 길이 쉬운 게 아니다. 안철수는 모범생이다. 서울대 의대-펜실베이니아대 MBA-잘나가는 벤처 기업인으로 일탈을 모르고 살아왔다. 싸워 본 적도, 날라리들과 지낸 적도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정치에 입문한 뒤 혼수상태다. 통합신당 창당은 밀실에서 뚝딱 합의했다가 당이 개인의 소유물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6·15, 10·4 남북선언은 정강에서 삭제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자 몰랐던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실무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도 없었고, 책임지는 자세도 보여주지 못했다. 안철수는 즉시 .. 더보기
‘말이 안통하네뜨’ 대면(對面)이 꼭 좋은 게 아니다. 모르고 지내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 얘기다. 대통령 인식을 직접 확인하니 집권 2년차도 작년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비관만 뚜렷해졌다. 어전회의에 나온 신료들처럼 양 옆에 도열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은 꽉 막힌 정권의 전경(全景)을 보는 듯했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의 “자랑스러운 불통” 발언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45초 브리핑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한국갤럽이 매주 내놓는 박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소통이 미흡하다’는 응답은 7%→11%→15%→18%→20%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불통지수다. 극우 단체인 국민행동본부에서조차 “대한민국이 앞으로 더 나가려면 ‘비정상’인.. 더보기
공안통치 공안검사라고 다 같지는 않다. 크게 세 등급이 있다. 맨 아래 하등급이 일 잘하는 검사다. 곰을 잡아오라면 즉시 산에 올라 곰 발자국을 쫓고 덫을 놓는다. 시키는 대로 일하는 이런 검사는 널려서 어디 축에도 못 낀다. 중급이 말귀 알아듣는 검사다. 윗분이 ‘시커멓고 커다란 거 뭐 없을까’라고만 해도 문 닫고 돌아서자마자 곰을 잡으러 산으로 뛰어간다. 대부분 공안검사들의 특징이다. 시커멓고 커다란 것이 뭔지를 놓고 회의나 열고 있으면 ‘답답한 검사’란 딱지가 붙고, 다음 인사 때는 방을 비워줘야 한다. 상급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하는 검사다. 이런 검사들은 곰이 없으면 쥐라도 잡아온다. 과거엔 “저는 (쥐가 아니라) 곰입니다”라는 자백도 뚝딱 받아냈다. 요즘엔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다.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