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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을 미행하는 나라 여당 지도부가 아침 회의에서 돌아가며 한마디씩 현안을 짚는 것은 사실 사전에 조율된 발언이다. 비주류야 내키는 대로 물정 모르는 소리를 쏟아내지만, 주류인 대표나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쯤 되면 ‘오늘의 아젠다’를 내놓는 게 관행이다. 메모지를 손에 들고 줄줄 읽는 사람도 있고, 아침 신문 같은 소품을 들고 흔드는 사람도 있다. 오전에 청와대와 여당 핵심 인사들의 얘기를 전하는 일선 기자들의 보고를 받아보면 ‘아하, 오늘 여권은 무엇을 이슈화하려는구나’라는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다. 이런 요점 정리는 대체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내려보낸 것이다. 과거 정부에선 국가정보원에서 만들어 준 것을 참고했다. 오래된 얘기지만 이 분야에서 김영광을 따라갈 자가 없다는 것이 그쪽 업계의 얘기다. 김영광은 박정희 대.. 더보기
‘찢어진 회의록’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화장실 바닥에서 물에 젖어 찢어진 신문을 보고 어느 놈이 무슨 대단한 뉴스라도 본 양했다는 얘기다. “사담 후세인이 한강 고수부지에서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됐대.” 신문 국제면과 사회면을 합쳐서 보면 후세인이 한강까지 오는 게 가능할 것이다.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찢어진 신문 봤느냐”고 면박을 줄 때 써먹는 얘기다.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A4용지 103쪽 분량이다. 김정일의 어떤 발언은 한 번에 2050자, 원고지 10장 반 분량이다. 민족과 미국, 조선전쟁, 평화협정, 공동어로수역 등 온갖 주제의 얘기가 과거에서 현재로, 국제에서 한반도로, 군사에서 경제로 숨도 쉬지 않고 이어진다. 가히 폭풍 발언이다. 앞말이 뒷말을 살피지 않고, 뒷말이.. 더보기
“장발장이 무슨 죄인가요” 뮤지컬 영화 이 인기다. 젊은 시절부터 사회고발 소설을 구상했던 빅토르 위고는 꼬박 16년을 매달려 작품을 탈고했다. 위고가 그려낸 1830년대 프랑스는 현실속 지옥이요, 소설에 등장한 수많은 군상은 사회적 약자이다. 한국에서는 1918년 우보(牛步) 민태원이 매일신보에 란 제목으로 처음 연재했다. 일본어판을 중역한 것이지만 소설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한 독자는 연재 한 달 뒤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왔다. “장팔찬은 무슨 죄인가요. 배고파 우는 생질들을 보다 못해 면보(빵) 한 조각을 훔친 죄가 무엇이 그리 크오리까. 만일 장팔찬이 나는 길로 비단보에 싸이며 입에다 은술을 물게 되었던들 그러한 죄명을 쓰고 그러한 고생을 하였을 리가 없습니다.”(매일신보, 1918년 8월16일자) 식민치하 조선인에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