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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공수처가 있었다면… 2004년 1월 대구지검 김성호 검사장 방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청와대 제1부속실이었다. “대통령께서 내일 오찬을 함께하기를 원하십니다.” 다음날 김 검사장은 아침 참모회의를 마친 뒤 청사를 빠져나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와 노무현 대통령과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다. 노 대통령은 그에게 부패방지위 사무처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김 검사장이 1년 전 쓴 ‘공직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라는 박사 논문을 흥미롭게 읽었노라고 했다. “논문에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던데… 현실로 옮길 수 있도록 직접 추진해 보시죠.” 다음날 김 검사장은 검찰에 사표를 냈다. 그날 오후 청와대는 부방위 사무처장에 그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 더보기
[여적] ‘용전(用錢)의 효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워셔가의 한 호텔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어주려고 다가오던 벨보이가 갑자기 뒤에 도착한 고급 리무진으로 달려갔다. 차에서는 체구가 작은 동양인이 내렸다. 벨보이가 그 동양인을 호텔 안쪽으로 안내하는데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예우가 극진했다. 그가 바로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다. 벨보이에게 주는 팁은 보통 1~2달러 정도다. 정 회장은 호텔 투숙 첫날 벨보이에게 1000달러를 찔러 주었다고 한다. 벨보이가 LA 시장 차를 팽개치고 정 회장 쪽으로 달려간 이유요, 정 회장의 돈 쓰는 기술이다. 1997년 ‘한보 사태’의 주역인 정 회장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100억원이 넘는 돈을 뿌렸다. 그의 로비 액수는 ‘0이 하나 더 붙는다’는 말로 대표된다. 그에게 돈을 받은 인사들은 밥을 먹.. 더보기
[경향의 눈] 46명 해군… 왜 돌아오지 않는가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를 보도하는 TV 뉴스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 화면 속에서는 실종 군인 가족들이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를 찾았다가 정문에서 통제당하고 있었다. 분노한 가족들이 정문을 막아선 군인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부대 내로 들어오자 급하게 달려온 헌병들이 이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위협했다. 실종 군인의 가족들에게 총을 겨누며 막는 통제….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군의 원시적 위기관리 능력을 이보다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없는 것 같다. 아들이, 동생이, 손자가 탄 군함이 침몰했다는데도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채 무작정 달려온 가족들이다. 해군 참모총장이나 함대 사령관이 손을 맞잡고 뺨의 눈물을 닦아줘도 슬픔과 충격이 가시지 않을 판에 이들을 ‘무단침입’으로 간주한 군은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