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 한명숙 수사, 그 시작과 끝 판사들 사이에 ‘시골에서 집행유예는 무죄’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당사자가 “내가 죄가 있었으면 감옥 보냈지, 이렇게 풀어줬겠느냐”고 하면 동네 사람들이 다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디 판결문 좀 보자고 덤벼들 사람은 없을 터이니, 사방팔방 “나는 무죄났소”라며 돌아다니는 작자를 보면 진짜 죄가 없긴 없었던 모양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반대다. 누구든 검찰청 현관 포토라인에 섰다 하면 그때부터는 죄인이 된다. 혐의가 있고 없고, 무죄든 유죄든 그것은 나중의 문제다. “아무려면 검찰이 죄도 없는데 불렀겠느냐”는 게 보통사람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검찰 수사가 그렇다. 한 전 총리 쪽에선 “1원도 안 받았다”고 하고, 검찰은 “입증에 자신 있다”고 하니 도대체 누구 .. 더보기 [여적] 대통령 전용기 대통령 전용기는 ‘하늘의 청와대’다. ‘공군 1호기’로 불리는 현재의 대통령 전용기는 1985년 전두환 대통령 때 도입한 보잉 737 기종으로 정원 41명에 비행거리가 2~3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수명 25년이 다 될 만큼 낡아 지난 6년간 해외 사용은 불과 8차례뿐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해외에 나갈 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사에서 번갈아가며 항공기를 빌려 쓴다. 특별 전세기는 한 달 전쯤 정해지는데, 이때부터 비행기는 24시간 청와대 경호실의 경계 속에 개조작업에 들어가 특별기로 다시 태어난다. 맨 앞의 ‘퍼스트 클래스’ 자리는 의자를 다 뜯어내 대통령 침실로 꾸미고, ‘비즈니스’석은 집무실로 개조된다. 수행원과 기자들이 앉는 뒷자리 ‘이코노미’석은 변함이 없다. 해외방문을 마치면 항공사 .. 더보기 [경향의 눈] 도곡동 땅, 검찰은 거짓말 하지 않았다 1993년 검찰을 처음 출입할 때다. 한 선배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 달리 검사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말을 안 했으면 안 했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배의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수년간 검찰에서 온갖 수사를 겪어봤지만 새빨간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검사들이 적지 않았다. 나름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검사들도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안강민 전 대검 중수부장은 그렇게 비치도록 애쓰는 검사였던 것 같다. 그는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노 코멘트”라거나 한동안 질문한 기자를 빤히 쳐다보다 “밥 먹었냐”고 동문서답하는 방식으로 피해나갔다. 기자들은 그가 이런 답변을 할 경우 99% 긍정적인 답을 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른바 ‘~인 것으.. 더보기 이전 1 ··· 48 49 50 51 52 53 54 ··· 60 다음